콧수염이 훌륭한 배불뚝이 임금님

텐바이텐 할인하길래 저번에 샀던 앨범을 몇개 더 사려고 들어갔다가 막 이것저것 낙서하려고 연습장도 질렀다. 아무것도 없는 연습장 표지를 보면 무슨 낙서든 하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인간인지라 과외 하러 가서 쉬는 시간에 빈 연습장 표지를 보며 뭘 그릴까 고민했다. 그냥 깨끗하게 이름 쓰는 대신 이니셜이나 그려놓을까 하고 M자를 삐딱하게 그리고 G자도 이어 그렸는데 왠지 왕관을 쓴 임금님 같은거다. A자를 돌려 봤더니 눈 같아보이길래 그것도 그리니까 우왕ㅋ 얼굴ㅋ 이왕 시작한 김에 그럼 뽕을 뽑아볼까 하고 이름이랑 닉네임에 들어가는 알파벳으로 이리저리 끼워맞춰서 결국 한페이지 그득하게 채웠다. 왕이니까 당연히 배불뚝이!라고 하면서 배도 커다랗게 그리고, 망토도 그리고, 아, 그러면 옥좌에 앉아 있어야지 하면서 의자도 그리고 하면서 신나서 쭉쭉쭉쭉. 물론 확실한 계획 없이 대충그리면 끝에가면 마음에 안들기 마련이라 다 해놓고 나니까 아랫쪽 밸런스가 조금 마음에 안들긴 하는데, 그건 하나 더 있으니까 거기서 수정해서 그려야지.
아 완전 표지에서 내 아이덴티티가 폭발한다. 배불뚝이 독재자에다 그 구성은 내 이름이야! 물론 저는 수염은 없습니다.

연습장은 재생지 같은 얄팍한 종이로 되어있는데 연필이 슥슥 잘그려지는게 딱 좋다. 너무 얇지도 않고, 너무 두껍지도 않고. 제본이 좀 약하게 되어있는 것 같긴한데, 뭐 어차피 낙서할 연습장이니까 떨어져도 큰 문제는 없고. 사재기 해놓을까?

+) 수학 문제를 풀리는데 꼬맹이가 아! 이거 오늘 시험에 나왔던건데 하더라. 어제 오늘 일제고사 쳤다고 하더라고. 보니까 몇번 풀어줬던 문제 유형이길래 맞았냐고 물었더니 못풀었데. .....이노무 자식. 맨날 틀리는 걸 또 틀렸냐고, 공부 안해서 그렇다고 잔소리 했더니 그냥 슬쩍 웃고 만다. 아 요새 꼬맹이들 너무 능글맞아서 큰일이다.

by Gullveig | 2008/10/15 18:54 | 오덕의 하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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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향수 at 2008/10/15 20:09
와 ㅋㅋ 원래 그려져셔 나온건줄 알았어 ㅎ
나도 오늘 연습장 산다는거 까먹었네-_-...
Commented by Gullveig at 2008/10/16 09:43
향수 // 콧수염이 훌륭하지?ㅎㅎ 꼭 당장 필요한건 까먹고 안사게 된다니까-_- 난 연습장이 당장 급하게 필요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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